한지공예 작가
전통 한지작품
남상교
초목을 사랑한 상원 남상교(전한양대학교 교수, 상원미술관 명예관장)작가의 전통공예를 현대적 미감으로 승화시킨 지공예 작품입니다. 그는 한지 공예에 대해 “아름답게 물들인 오색의 색지로 만들어진 많은 공예품들이 실용적인 생활 필수품으로서의 기능성과 더불어 장식적인 효과를 갖추고 있어 색채의 아름다움과 조형미 그리고 선을 잘 조화시켜 만든 훌륭한 예술품”이라고 말합니다. 남상교 작가의 장생집(長生什)은 각각의 그림이 하나의 모티브를 각기 다른 시각의 풍경으로 하여 통일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원경과 중경, 근경을 각각 표현하여 전체 공간을 부분적으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탑은 자고로 신앙의 중심이었습니다. 장수와 평화로운 삶의 염원을 빌던 탑을 공예품으로 만들어 소원을 빌던 정성스러운 마음이 본 작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본 작품은 전지기법을 회화기법으로 대체한 다섯 개의(5set)함으로서 장수를 빌기 위해 탑의 형태로 쌓아 올려 진 공예작품입니다. 함의 한 면에 자연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내어 평화로운 삶 안에서 장수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더욱 부각시켜주고 있습니다.
다보장집개(多寶粧什蓋)는 두껍고 탄력이 강한 종이를 합지하여 만든 백골을 바탕으로 지선기법과 색한지위에 무늬를 스크린을 통해 프린팅하는 기법으로 만든 다용도 사물함입니다. 전체적인 면에는 문양이 들어간 종이를 붙이고, 뚜껑과 수납 앞면은 지승기법을 사용하여 꼬인 종이를 엮어 붙였습니다. 언뜻 보아 나무로 만든 듯 색채도 그러한 느낌을 풍기는 매우 견고해 보이는 작품입니다. 서랍 안의 모습까지 배려해 한자들이 적힌 한지로 마감하였는데, 그 모습이 매우 전통적입니다. 지, 필, 묵 등을 담아 쓰면 좋을 것 같은 학구적인 느낌을 풍기고 있습니다. 다양한 물품이 들어갈 수 있도록 수납장 크기를 달리하였으며, 물의 흡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옻칠로 마감을 하였습니다. 가벼우면서도 실용적인 수납장에 우리 고유의 문양을 더하여 아름답고 실용적인 가구로 완성된 작품으로 상원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이기도 합니다.
윤규상
한국의 전통우산 중 하나인 ‘지우산’(紙雨傘)은 대나무로 만든 살에 기름 먹인 한지를 발라 만든 옛 우산을 뜻합니다. 비닐우산이 비쌌던 1950-60년대에 서민들의 대표 우산으로 애용되었던 지우산은 1980-90년대 들어 비닐우산과 함께 천으로 만든 우산이 대량보급 되면서 지금은 자취를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골동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윤규상 지우산장은 16세에 이웃 장재마을의 한 우산 공장에 견습공으로 입사하면서 우산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대나무를 쪼개거나 다듬는 일은 매우 고단해 어린 그의 두 손엔 대나무 가시에 찔린 핏살 흔적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완벽한 기술을 습득한 윤규상 지우산장은 25살에 홀로서기를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지우산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중국산 우산과 천우산이 싸게 팔리면서 지우산의 관심이 시들해져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렇지만 지우산이 누군가는 지켜내야 할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서가 녹아있는 물건이라는 그의 신념을 가지고 전통을 지켜야겠다는 각오를 한시도 잊지 않았으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그의 외길 인생은 2011년 9월 전라북도지정 무형문화재 제45호 우산장이 되면서 빛을 발했습니다.
손길이 많이 가고 각 과정마다 세심함이 필요한 지우산 만들기는 질 좋은 대나무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 꼭지를 만드는 일까지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산 제작에 사용되는 대나무는 3년생을 최고로 치며, 한지 위에 들기름을 끓여 매겨 사용합니다. 쇠 젓가락 넓이의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어 우산살을 만드는데 우산 크기에 따라 32,36,72개를 사용합니다. 우산 제작에 가장 어려운 부분은 우산살과 연결되는 우산꼭지입니다. 대죽나무에 우산살이 끼워지도록 조정해주는 우산꼭지는 외부 공장에서 제작하여 납품을 받았는데 수요가 줄어들자 문을 닫게 되었고 이제는 직접 만들어내야만 했습니다.
윤규상 지우산장의 작품에는 소박하지만 단정한 아름다움이 녹아있습니다. 요즘 우산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유한 멋과 은은한 광채, 그리고 대나무 ‘살’과 ‘대’ 작은 꼭지 하나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기 때문입니다.
김지은
한지의 전통기법인 지승공예의 맥을 잇고 있는 김지은 작가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2호 최영준 지승장 기능전수자로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활용성을 지닌 작품을 중심으로 실용성, 장식성, 보존성 등을 두루 갖춘 작품인 항아리, 매병, 촛대, 화살통, 등잔대 등 우리 전통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실용적인 생활 용품에서 모티브를 찾은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국보 문화재인 <청자투각칠보문향로>를 모델로 하여 만든 작품인 <칠보문지승향로>는 도자기로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전체를 3등분하여 몸통부분을 먼저 만들고 다음으로 몸통을 받치는 다리부분, 마지막으로 뚜껑을 완성하는 순서로 제작하여 옻칠로 마무리하여 향을 꽂아 사용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유물사진을 수도 없이 분석하고 그 크기를 달리하여 몇 작품을 완성해 본 끝에 실물과 비슷한 크기의 작품을 완성시켰다고 합니다.
작품 <화살통>은 제 9회 전국한지공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화살통이란, 옛 선조들이 사냥할 때 화살을 넣어 어깨에 메고 다니던 화살통을 전통한지 기법인 지승기법으로 재현한 것입니다. 전통지승기법은 한지를 좁고 길게 잘라 두 손가락을 이용하여 말고 꼬아 만든 끈을 다시 새끼처럼 꼬은 후, 이 두 가지 끈을 이용하여 엮어 만드는 기법입니다. 이 작품은 두 개가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양을 각이 달리하여 옻칠로 마무리한 작품입니다. 완성 후에는 노랑, 빨강의 수술을 달아 어둡고 단순한 형태에 포인트 효과를 주었습니다.
깊은 밤, 선비가 글을 읽을 때 불을 밝혔을 법한 작품인 <지승촛대>는 화병모양의 촛대로 머리와 받침대가 3단으로 분리된 작품입니다. 촛대의 머리 부분을 분리하면 등잔대, 화병 등으로 다양하게 용도를 바꾸어 사용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한지에 천연 염색하여 풀칠로 마감한 작품으로 제 31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등잔박물관에 소장된 오등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 <등잔대>는 다섯 개의 등잔과 가운데에 전선을 이어 등을 달아 과거와 현재가 한 곳에 어울리도록 만든 작품입니다. 작가는 지승작품을 하다보면 한지의 양이 다른 한지공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소모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한 작품을 마무리 할 때마다 그 한지가 조금씩 남게 되는데 이러한 남은 한지를 가지고 작품을 만든 것이 바로 <꼬마주전자>입니다. 각각의 다른 색과 모양으로 제작하였으며 향주머니 혹은 마른 꽃을 두는 걸이화병과 같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작지만 디테일하게 제작된 작품입니다. <자연을 담다>는 다용도 실용성이 짙은 작품입니다. 늦은 가을 잘 익은 감이 매달려있는 모급을 보고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으로 염색된 한지로 감모양을 만들고 투명한 옻칠로 마무리하여 사용이 용이하게 하였습니다. 우리의 이전 대가족 문화를 그리며 작고 여러 개를 만들어 가족들이 한 데 모여 화목함을 연상시키는 작품입니다.
이처럼 김지은 작가의 전통 지승공예 기법을 개성 있는 소재와 주재로 활용하여 만든 다양한 작품들은 우리 전통에 대한 멋과 쓰임에 대해 현대적 감각으로 느껴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대 한지작품
강민지
강민지 작가는 ‘Folding’의 개념에 접근하여 기하학적인 형태를 지닌 현대적인 디자인이 반영된 한지공예 작품을 제작하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작가의 ‘Folding’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브제이며, 이러한 Folding 개념을 응용하여 여러 종류 컨셉의 조명작품을 제작하는 점이 강민지 작가의 고유 스타일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종이접기의 경험을 누구나 한 번 쯤 해본 적이 있으며, 이러한 종이접기는 놀이, 훈련, 연습 등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종이접기 개념을 접목시킨 ‘STAR’ 시리즈 작품들과 픽셀들을 패턴화 하여 Folding의 접힘 형태를 응용하여 곡선이 반영되고 유연하게 만든 ‘Pixel 컬러’ 시리즈 작품들, ‘접힘과 펴짐을 접목시킨 오브제’ 시리즈 등을 이어오면서 계속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과학, 기하학 등이 한데 어울리는 독특한 외형과 조명예술의 아름다운 불빛, 한지의 소재가 주는 신비로운 재질감 등이 융합되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된다는 점이 강민지 작가의 개성이자 특징입니다.
김송희
종이, 나무, 비단, 가죽 등의 표면을 인두로 지져서 그림, 글씨, 문양 등을 나타내는 우리의 전통 회화 부분의 한 분야를 낙화(洛畵)라고 합니다. 김송희 작가는 현대적인 전기인두를 사용하여 낙화, 혹은 ‘인두화’ 라는 장르로 한지에 표현함으로서 전통낙화를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한지를 여러 장 배접하거나 나무, 가죽, 한지, 대나무, 천 등에 전기인두로 태워서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기법의 특징상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낙화의 가장 큰 특징이며, 마치 드로잉 도구인 펜, 연필, 목탄, 색연필을 활용하여 그림을 그린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회화적인 표현이 가능합니다. 김송희 작가의 <한국의 미>는 우리나라의 전통한옥, 기와를 주제로 삼아 낙화기법을 활용하여 한지에 그림으로써 전통 우리의 문화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품 자체만이 아니라 액자프레임까지 한지로 마무리한 작품으로 한지를 활용한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김한순
우리 한지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감성은 바로 따뜻함, 은은함, 포근함 등일 것입니다. 김한순 작가는 한지가 갖고 있는 이러한 느낌을 최대한 살려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마음이 행복해지는 작품을 제작합니다. 한지가 가지는 물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구기고 접고 말고 붙이는 작업을 통해 입체적으로 꽃을 제작하여 평면적인 2차원 작품에서부터 설치작품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입니다. 또한 한지와 빛의 어울림을 고려하여 조명 효과를 주어 그러한 감성과 느낌들을 극대화 하고자 합니다. 계절의 느낌을 살려 표현한 일련의 꽃 시리즈 작품들은 채색된 한지와 함께 Led 조명을 활용함으로서 회화적인 아름다움과 반짝이는 빛을 함께 선사합니다.
김향숙
한지로 유명한 원주에서 원주 한지를 사용하여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는 김향숙 작가의 <씨름대회>는 씨름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열심히 동분서주하여 모처럼 웃는 순간을 축소판으로 만들어 익살스럽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명암이 엇갈린 응원단을 창조해 내며 혼을 불어 넣고, 인형의 옷은 직접 천연염색으로 염색하고 소품들 하나하나를 극 사실화하여 종합 공예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연화도를 부탁해>는 지호공예 작품으로서 쓰임이 있는 실용적인 대야를 만들고 상단에 조선 후기 서민층에 유행했던 민화를 표면에 장식하여 한국적 미감을 통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상희
우리의 전통과 가장 닿아있는 작품들을 만드는 신상희 작가의 작품들은 실용성을 바탕에 두고 멋과 미를 추구하던 우리 선조들의 향취가 베어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룹니다. 한지의 은은한 빛 투과성을 이용한 지등공예 작품인 <연꽃 위의 반딛불이>는 우리 전통 문양인 연화문을 비롯하여 꽃 문양과 기하학적인 무늬를 잔잔히 깔아 빛으로부터 그 문양이 은은하게 베어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조선시대 양반규수의 방에 놓으면 좋을 법한 단아함과 더불어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함께 겸비한 수작입니다. <다용도서랍>, <계단서랍>과 같은 전지공예기법을 바탕으로 제작된 실용성을 띤 작품들은 굉장히 여성스러우면서 우리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응용한 공예품이며 <한글여정>은 우리의 한글 자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서랍과 투각기법을 활용한 전면의 나무 장식과 전지기법, 화초문 등이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또한 <팬던츠 조명>은 우리 전통 매듭을 활용한 노리개 모양의 조명등으로 우리의 전통문양이 한지로부터 은은하게 스며들어 만들어진 독특한 작품입니다.
이경자
이경자 작가의 작품은 자애은 자연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한국의 다양한 전통공예기법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접목시켜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면서 한국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작품을 추구합니다. 즉,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전통을 통해 현대적 감성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전통을 재발견하고 그것을 작품에 결합시킴으로써 작업의 이미지에서 표출하고 있습니다. 한지의 물성, 또는 갈대 등을 이용하여 자연적인 것을 소재로 하여 작업을 하거나 작가만의 고유기법으로 작품에 활용하기도 하며 자연에서 보여 지는 색을 표현하며 우리의 것이면서 세계인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표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지전통기법인 지승공예기법과 지호공예기법, 줌치기법 등을 접목한 <소멸-생성>은 우리 전통기법을 현대적으로 재 응용한 대표적인 작품이며, <생명-숲>은 한지와 갈대를 이용해 한국적인 소재를 이용하여 하나하나 수작업을 통한 노력의 인고 끝에 나온 대작입니다. 단순한 평면에서 벗어나 한지의 물성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하여 다양한 기법들의 개발을 통해 작품에 응용하여 설치작품 등 다양한 시도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작가입니다.
전은숙
전은숙 작가는 한지와 압화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조형 작품을 하는 작가입니다. 한지에 생화 모양 그대로 잘 건조된 꽃잎을 하나하나 정성껏 붙여서 만들어내는 한지 압화는 제작 기간도 길고 다루기도 어려운 소재입니다. 한지의 미감과 생화가 주는 서정성이 더해져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같이>는 한지 갓등으로 한지가 주는 은은함과 자연풀꽃이 주는 선과 형태감이 더해져 빛과의 어우러짐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구가 설치된 곳이면 어디든 설치 가능하며 다양한 크기로 조절이 가능한 매우 실용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정은하
정은하 작가의 한지 작품은 유년시절 기억의 색채를 기반으로 하여 전통한지를 활용하여 입체적인 조형언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공간은 한국 전통미에 기조하여 평면으로부터 공간으로 확장됨을 의미하는데, 점, 선 ,면이 모여서 부피를 갖춘 입체는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자연의 진리이며, 우주의 모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는 작가의 작품에서 전통미를 갖춘 육각상, 장롱, 찻상 등에서 그녀의 공간을 형성한 후, 그녀의 기억의 자연의 색채를 한지를 통해 공간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 공간에 표현하고자 하는 색채는 실재의 모방이 아닌 특별한 주관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고, 작품에 등장하는 식물은 기억의 색채를 동반한 나의 지각에 의해 그 과정을 2차적 평면에서 3차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시도를 통하여 공간에 ‘담다‘라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형상을 갖추어 만들어진 입체는 다시 작가 자신의 주관에 의해 자연 염색되거나 채색 되어진 한지로 씌워지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조각되어 붙여지는 장지는 기억의 순간을 담는 과정이며, 그 위로 다시 얇은 순지로 씌워지는 과정은 순간의 나의 감성으로 선택되어져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입니다. 겹겹이 작업되어진 한지는 빛에 의해 한지의 중첩의 효과를 나타내며 또한 나의 기억의 중첩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한지의 물성과 나의 심상이 일체화되는 작업이며, 이러한 모든 작업과정은 우주의 방대한 공간속에서 작가 스스로 자연과 더불어 가장 즐거워하는 놀이에서 찾은 것에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최돈상
서예는 문자를 표현 대상으로 하여 작가의 심상(心象)을 표현하는 선(線)의 예술입니다. 최돈상 작가는 한지 위에 문자를 예술의 영역에서 선으로 표현하는 작가입니다. 또한 서예의 본질에 접근하여 문자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일회성의 선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을 이룹니다. 최돈상 작가는 서예의 본질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변화와 현대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할 때 평범하게 문자를 나열할 수도 있지만 조금 더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현대적인 감각을 활용하여 시각적인 대비를 준 작품이 <訥言敏行(눌언민행)>입니다. 작품 <行道(행도)>는 “해석하면 도를 행하다”라는 뜻으로 여기서 “도”는 자연의 순리를 말합니다. “행”자는 초서이고 “도”자는 행서로 표현하였습니다. 상당히 큰 공간이지만 공간을 최대한 단순화시켜 표현하고 있습니다. 서예의 선은 가늘어도 공간을 지배할 수 있고 잘못 쓰면 굵어도 공간에 지배당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의 선은 공간에 비해서 그리 굵은 선은 아니지만 충분히 공간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선의 각도를 최대한 단순화하고 통일성 있게 하면서 오로지 선질(線質)로써 승부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예에서는 매끈한 선보다는 배가 물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 가는듯한 그런 까실까실한 선을 최고로 여긴다고 합니다. 그런 선은 오래 묵은 고목나무에서도 찾을 수 있고 우뚝 솟은 태고의 주상절리(柱狀節理)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선은 올바른 법(法)으로 오랜 기간 동안의 수련을 거쳐야만 나올 수 있음을 작가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서 마음 심(心)자를 반복 나열해서 태고의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심상화한 작품인 <태고의 숨결을 찾아서>와 <心(심)>은 의도성 보다는 즉흥성에 기인한 작품들로서 현대적인 감각을 띤 수작입니다.
작품 <琵琶行(비파행)>은 중국 당대(唐代)시인이자 정치가인 백거이(白居易)의 시 비파행을 말합니다. 비파 타는 여인의 인생역정과 한(恨)이 담겨있는 시입니다. 붉은색 화선지에 검은 먹으로 표현하여 특유의 강렬함을 주는 작품입니다. 작품 왼편에는 비파 타는 여인의 이미지를 그려 넣었습니다. 오른편에는 수백자의 원문과 해석문을 곁들였으며, 작품내용보다는 전체적인 화면 구성의 조화로움에 쪽에 비중을 둔 작품입니다. 서예 작품은 서예의 선만 정확히 안다면 이 선을 가지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합니다. 세밀함보다는 투박한 몇 개의 선으로도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는데, 그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붓의 리듬과 속도가 상당히 중요하며 그것은 바로 이미지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비파 타는 손과 비파 줄, 비파 타는 여인의 휘날리는 긴 머리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으신지요?
또 다른 작품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시를 서예로 표현한 작품 <이육사 시 청포도>입니다. 청포도의 시에서 한 구를 오른편에 고체(古體)로 크게 쓰고 왼편에는 시 전문을 서간체로 자유롭게 표현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큰 글자와 작은 글자의 대소 대비를 이용한 작품입니다. 고체는 정음(正音)체 혹은 판본체로 부르기도 하는데 딱딱하고 단순하게 보이는 글자 같지만 작가들에게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서체이다. 또한 몇 가지 원칙만 지킨다면 작가마다 다양한 색깔과 변화를 낼 수 있는 서체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반면 궁체는 일정한 틀에 갇혀져있기에 더 이상의 변화는 찾기 어려운 반면 서간체는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서체이기도 합니다.
김문태
한글은 소리글자이면서 의미글자입니다. 한글에는 서양 글자와는 다른 역사와 이미지와 사회적 개념이 함께합니다. 작품 ‘소통’ 또한 단순히 글씨를 다른 형태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너와 나 그리고 우리라는 사회적 구성원들 간의 다양한 소통을 말하고 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점점 단절되어가는 가족 간의 소통에서부터 사회 간 소통의 부재를 새겨 보고자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러한 김문태 작가의 한글은 단순히 언어와 문자의 기능인 문화의 요소만이 아니라 글에 담긴 역사와 민족성을 찾기 위해 의미 글자를 뜻 그림으로 변환시킵니다. 그래서 서양의 문자디자인과는 확연한 차이를 둡니다. 여기서 한글의 예술적 가치 창조를 위해 문자가 지닌 추상적인 의미와 뜻을 형상화 시켜 글자가 아닌 글씨의 형상으로 예술적 가치를 부여한 글씨그림 즉 “Korean Pictograph of Art”입니다. 이것은 ‘그림인 듯 글씨인 듯’ 한글에 아이들의 밝고 맑은 표정과 동심의 이미지를 심은 새로운 분야의 예술적 접근이며, 세계인들과 함께 교감하고 소통하고자 한글의 멋과 맛을 살려 익살과 해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며, 한글을 예술적 미로 승화시키고자 새로운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한글꽃은 나의 밥이고 힘이다.
한글꽃은 나의 호흡이고 마음이다.
한글꽃은 고른 숨결이며 바람이다.
한글꽃은 나의 청춘이고 미래이다.
한글꽃은 나의 삶이고 동반자이다.
한글꽃은 나의 시간이고 죽음이다.
김문태 작가의 한글 작품은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40년 이상을 한글에 담긴 의미를 조형화해온 작가의 심혈이 담겨있습니다. 이러한 작가의 한글 글씨 그림인 동심화는 동심의 천진한 매력이고 그의 작품에는 한글의 얼굴을 찾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김정식
새 것보다 연륜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아늑함을 추구하는 김정식 작가는 어느 날 골동품 가게에서 손 때 묻은 가구를 보는 순간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느꼈던 그 편안한 아름다움을 작품에 담으려 노력합니다. 그래서 작품은 새로 제작한 느낌보다는 늘 어딘지 닳아 여러 해 묵은 느낌이 나는 작품을 주로 하는데, 이는 여러 장의 한지를 붙이고 또 붙여서 사포로 갈아내는 작업 방법에 의한 것입니다. 작품이 표현하는 주제들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물들이 주를 이루며 잔잔하면서 은은한 한지 특유의 감수성을 잘 살려낸 작품들이 주를 이룹니다. 작가는 여러 장을 겹쳐 갈아내는 작업을 통해 평면에서 입체, 설치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김현태
자연(自然)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한 김현태 작가의 작품들은 자연(自然)과 환경(環境), 인간에 대한 존재의 인식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쉽게 잊고 살 수도 있는 자연과 오랜 것들에 대한 탐구와 애정,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이 풍요로운 삶에 대한 소망을 천년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지천년 견오백년(紙千年 絹五百年)의 우리 한지(韓紙)를 매재(媒材)로 작가만의 조형언어로 조형화 하였습니다. 김현태 작가의 작품들은 주로 목판, 석고, 동판 등을 조각 및 부식 후 12장의 한지를 하나하나 두드려 마른 후 떠내는 작업이 특징입니다.
김현태 작가의 작품 과정을 살펴보면, 작가의 아이디어와 창작의 시각적 표현을 마음 속으로 정리하고, 이것을 1차 스케치로 복사하여 미리 준비된 판재에 붙이거나 복사한 다음, 조각-수세-세제도포-한지가공(1~3차)-자연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됩니다. 오랜 기다림을 통해 명품한지를 얻는 과정과 비슷하도록 김 작가의 작품 또한 1차 시각적 표현과 한지의 여러 과정을 거쳐 자연 건조의 인내심을 담아 인고의 시간 끝에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특징을 지닙니다.
박민영
한지의 푸근한 느낌을 담아 닥종이인형 작업을 하는 박민영 작가는 한지 재료 및 문화를 인형 에 접목하여 작품을 제작합니다. 우리 전통 이야기들을 소재로 만들어진 닥종이 인형들은 하나 같이 다른 표정들과 옷을 입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한지”라 하면 우리의 종이 또는 전통 문화 유산이라 흔히들 말합니다. 옛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박민영 작가의 작품처럼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누구나 같이 공유 할 수 있는 문화를 접목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고유의 문화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은진
여러분, ‘한지 그림’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바로 캔버스 혹은 종이에 물감과 붓이 아닌 바로 한지로 찢고 잘라 붙이는 그림이 ‘한지 그림’입니다. 한지 그림은 한지를 다양한 색으로 염색하여 손으로 찢어서 붙인 그림으로 한지 특유의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성질을 이용하여 다양하게 표현이 가능합니다. 한지를 얇게 펴서 그린 한지 그림은 수채화처럼 은은하고 아늑한 느낌이 드는 반면 두껍게 펴 바른 한지 그림은 유화처럼 두텁고 견고하면서도 중후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오은진 작가의 <삶>은 마치 유화같이 단단하고 두텁게 보이는 한지 그림으로서 인생에 대해 여러 가지 각도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때로는 여러 위기에 처해 난감할 때가 많지만 썩은 물체에서도 싹이 나듯이 늘 희망이란 녀석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양한 사물표현을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수민
우리 그림 그리는 전수민 작가의 작품 <일월산수도> 시리즈입니다. 한국화는 우리 한지, 장지에 그리는 그림이지만 그중에서도 독특하게 전수민 작가의 본 시리즈 작품은 독특하게 영담 한지만을 사용하여 제작하였습니다. 영담 한지는 ‘영담’이란 법명을 가진 스님이 만든 한지로 영담스님(현, 영담한지미술관장)은 35년간 우리 전통 한지를 연구해온 우리나라를 한지 작가이기도 합니다. 전수민 작가의 일월산수도와 만나 더욱 빛을 발하는 영담 한지는 우리 고유의 흘림뜨기(외발뜨기)기법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한지입니다.
전수민의 작품에는 작품과 그녀 자신과 작품에 표현된 세상이 각각의 고유영역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녀가 현실에 사는 방식과 작품에 존재하는 생각방식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접근방식은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예술가로서 그녀의 몸은 우주의 기운을 시각화시키는 숙주와도 같습니다. 그녀의 우주는 사람이 사는 우주이며,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해와 달, 산과 들, 나무와 책들, 배, 집, 구름 등은 살아가는 가치에 대한 정신 치유를 위한 도구가 됩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미술작품을 특정 장르의 표현형식으로 규정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려지는 방법과 정신적 접근에 있어서 우리 고유의 정신성을 따를 뿐입니다. 표현 방법과 형식, 작품에 담겨있는 의미의 관계를 하나의 틀 속에 두고 ‘이것은 무엇이다.’ 에 명징한 규명 또한 원하지 않습니다. 가장 완전한 형태로 표현되는 정신의 모양은 순수하게 주관적이면서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미술 작품으로 표현된 보통의 사물이길 원하고 있습니다. 정신의 원형을 분석하고 의미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 넘나드는 다양한 기운들을 자신의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진 사물일 뿐 입니다. 이렇게 조성된 사물을 통해 삶의 가치를 모색함으로써 미술작품에 재현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박정수_미술평론 중)
정원근
정원근 작가는 실용적이면서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전통적인 한지공예 작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창문 너머>라는 조명등 작품은 액자그림의 형식을 갖춘 조명등으로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나무의 모습이 빛으로 아련하게 표현된 작품입니다. 또 다른 작품인 <나>에서 작가는 그저 생명이 없으면서도 묵묵하며 서있는 나무와 허례허식을 좋아하는 치장스런 삶을 대비하고 있는 작품으로서 조명등과 서랍장이 결합된 독특한 작품이며 예술적인 표현으로 인해 인테리어로도 손색없이 좋은 작품입니다.
조경순
닥종이를 정성스럽게 붙이고 말리는 작업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만드는 닥종이 인형은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국 그 특유의 미감과 정감으로 인해 우리에게 익숙하면서 따뜻한 소재로 다가옵니다. 외국인형이나 장난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정감 있는 독특한 주제들을 주로 표현하는 조경순 작가의 작품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합니다. 작품 <엄마>는 그 단어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을 느끼게 되는 ‘엄마’를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청사초롱>은 청사초롱은 길을 밝히고 맞이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전통 한복을 입고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고, <도깨비>는 우리 전통 속에 살아 있는 특별한 존재로 무섭지만 결코 두렵지만은 안은 친근한 존재인 도깨비를 모티브로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개구지고 귀여운 존재이면서 특별한 능력으로 꿈을 이루어줄 것 같은 도깨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추억속의 그 날>은 어렸을 적에 엄마 몰래 찌그러진 냄비를 엿으로 바꿔먹다 엄마한테 들켜 혼이 나던 친구의 모습과 이를 꾸짖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이를 구경하며 즐거워하던 이들을 익살스럽게 담아내어 추억한 작품입니다.
홍기주
우리 전통한지와 우리 한글은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재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홍기주 작가는 전통 한지 위에 정성스레 손 글씨로 시를 적어 넣었습니다. 작품 <그리운 사람아>에서 한국적인 미감의 전형인 창호문과 한지, 한지조명 등의 오브제들의 결합이 시의 내용과 함께 어우러져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시의 내용과 전달력을 높여 캘리그래피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꽃이 지면 봄은 가더라…
작가는 세월 속에 묻어둔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며 손 글씨로 서체를 적었다고 합니다.
ON THE VIRGIN
온더버진(ON THE VIRGIN)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종이의 감성을 전달해주는 토탈 페이퍼 브랜드입니다. 세련된 편안함을 추구하는 온더버진이 Virgin Bag Project 는 지구상 존재하는 종이 중, 가장 질이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한지로 가방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온더버진이 종이로 한지를 선택하게 된 것은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한지가 지니고 있는 질적 우수성 때문입니다. 한지가 갖고 있는 뛰어난 질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한지를 떠올릴 때 케케묵은 오래된 박물관을 떠올리거나, 인사동 기념품 샵에 먼지가 쌓여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외국인들은 어떨까요? 외국인들은 저런 모습조차 상상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한지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낯선 이방인이 아닌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세련된 한지의 이미지를 위해 온더버진은 Virgin Bag Project를 통해 우리 한지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온더버진의 Virgin Bag Project를 통해 만들어진 가방은 한지가 가진 소재의 장점과 특성을 살려 제작되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백추지”라 불리던 한지의 순백의 색을 그대로 살려 한지가 질적인 우수성에 주목하게하며 나아가 세련되고 모던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